머리가 뻑뻑하여, 카메라 집어넣은 가방을 둘러매곤 정처없이 길을 나섰다. 늦은 점심도 해결해야겠기에 결국은 을지로입구의 하동관을 찾았다. 4시면 문을 닫는 집이라 노심초사하며 달려갔는데 반갑게 맞아주었다. 特으로 주문을 하곤 누런 신주그릇에 찰랑찰랑 넘치도록 담아져 나온 곰탕을 먹기시작한다. 어쩌면 그리도 맑은 국물이 그리도 맛있는지...숨 쉴틈없이 먹어버린다. 워낙 곰탕을 좋아하긴 하지만, 이집은...정말 맛있다. 처음 왔을때의 그 누린내도 이젠 분별이 어렵고, 그 미끈거리는 바닥도 이젠 정겹기까지 하다. 집사람이랑도 오고싶은데, 쉽게 좋아할것 같질않아...망설여진다.
나와선 옆에 있는 별다방의 더블샷을 들곤 명동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뭐...특별히 볼일은 없는데, 발길은 충무로로 향하고 있다. 명동의 골목들은 일본인관광객들로 버글버글...즐겨 먹는 문어다리를 파는 젊은 아저씨에게 가서 다리하나와 군밤을 주문했다. 군밤이 삼천원이란다. 많은 것 같아, 반만 달라고 하니 1,500원어치는 안팔고 뭐...2,000원어치는 주겠다고 한다. 그 아저씨...까칠했다. 같이 까칠함을 떨려다가, 그 문어다리때문에...샀다. 문어다리와 군밤을 번갈아가며 입에 집어넣는 즐거움은...안 먹어보곤 말을 말자...
명동성당 언덕길을 걸어 올라가는 순간, 오른쪽의 성당이 이상한 걸 느끼게 되었다. 포장이 되있는 것이다. 아마도 보수공사를 시작한 듯...아주 그럴싸한 포장옷을 입고 덩그러니 서있었다. 갑자기 찍고싶었다. 맞은편을 바라보니 YWCA건물이었다. 그 옥상에선 건물도색작업을 하느라, 사람이 왔다갔다...잘하면 올라가지싶다. 앞에서 노출을 재보니 ISO160 I F11 I 1/30...Xpan 30mm의 Centerfilter를 고려한 ISO값 세팅이었다. 맑은 하늘과 연한색의 포장의 반사율을 고려해서 1/30과 1/60의 브라케팅을 생각했다. 멀쩡한 듯 YWCA의 건물로비를 통해 7층으로 올라가니 바로 옥상이다. 이것저것 눈치 살필 겨를없이 맨끝으로 가서 Xpan2를 꺼내선 촬영을 시작한다. 카메라의 반사노출계에서 보여주는 값은 1/60...브라케팅을 겸해서 세로로도 찍어보고, 남산을 넣어서 찍어보기도 하고...왜곡을 보기위해 일부러 수평을 어긋나게 해서 찍어보기도 하고, 들어서 찍어보기도 하고, 눞혀서 찍어보기도 하고...그리곤, 막판에 GRD로 한방 찍어주곤,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다시 문어다리를 씹으며 내려왔다.

어느덧 발걸음은 BD카메라앞...
오전에 MP3 50Lux땜에 전화를 한김에 구경도 할겸 겸사겸사...한참을 수달떨다가 집으로 향했다. 전철안에서 신사역에서 잠시 졸다가 놀라서 눈을 뜨니...고속터미널역...후다닥 내리곤, 신세계에 들어가서 식품코너에서 이것저것 사곤, 극장앞에서 "타짜"를 함 볼까하다가 그것마져 귀찮아서 타박타박 집으로 걸어들어왔다.
얼마전까지 그리 길던 저녁해가...이제는 금방 밤으로 바꼈다. 사늘한 기운이 가을을 지나 곧 겨울이 찾아옴을 알려주곤...여행 다녀온지 채 한달도 안되었건만...어디 따뜻한 남쪽나라가 그리워진다.
인간의 간사함이란...그 끝을 알수없는듯 하다.